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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자영의 변화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를 함자영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연애에 대한 피로감과 동시에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저 역시 자영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연애는 하고 싶지 않은데,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고 더 솔직해지기 어려웠습니다. 자영은 전형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불안정하고, 인간관계 역시 안정적이지 않았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연애는 더 이상 설렘보다는 피곤한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나를 이해받고 싶고, 기대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가 모호한 감정 안에서 자꾸만 누군가에게 다가가려 하면서도 뒤로 물러서는 모습이 참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익명 앱으로 시작된 관계는 어쩌면 자영이 유일하게 마음을 편하게 드러낼 수 있었던 공간이었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상대에게는 솔직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 익명성이 자영에게는 일종의 방패였고, 동시에 위안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가면을 벗고 마주해야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도 그 지점에서 함자영의 변화가 인상 깊었습니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감정 앞에서 자영은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자영은 이전보다 조금은 부드러워진 모습이었습니다. 사랑이 꼭 설렘이나 뜨거운 감정으로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라는 걸, 자영을 통해 배웠습니다. 상처도 경험이고, 어색한 관계 속에서도 진심은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함자영의 감정은 저 자신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연애는 빠졌지만, 결국 자영의 이야기는 울퉁불퉁한 마음의 회복과 성장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성장이 곧 자영의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우리의 내면 성장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를 박우리의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 저는 참 많이 씁쓸했습니다. 진심을 말해도 돌아오는 건 오해였고, 마음을 감춰도 오히려 불편해졌습니다. 연애라는 게 이런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우린 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고, 애써 쿨한 척했지만 결국엔 외로움 속에서 서로를 붙잡았습니다. 처음 자영과 만나게 된 건 단순한 호기심이었습니다. 재미 삼아 시작했지만 그 속에서 예상하지 못한 감정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자영은 말투도 거칠고 방어적인 사람이었지만, 그 안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벽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 자영에게 마음이 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어쩌면 그런 벽을 갖고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둘은 다 비슷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해도 그 마음을 솔직하게 꺼내기보다는 먼저 떠날 준비부터 했습니다. 그게 덜 상처받는 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런 자세가 더 큰 오해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자영과의 갈등 이후, 저는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게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단순히 말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자영을 통해, 그리고 그 관계의 끝을 통해 다시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연애는 빠졌다고 생각했던 로맨스였지만, 그 속엔 여전히 감정의 진폭이 있었고, 저는 그 안에서 무너지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자영을 향한 감정은 단지 좋아한다는 말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그건 삶의 무게와 외로움, 기대와 실망이 뒤섞인 감정이었습니다. 결국 "연애 빠진 로맨스"는 제게도 성장을 남겼습니다. 그건 누군가를 통해 내가 얼마나 솔직하지 못했는지, 얼마나 겁이 많았는지를 깨닫는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연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어본 그 경험만으로도 저는 조금은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는 박우리의 내면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음향 감독의 관점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를 음향 감독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 작품은 대사보다는 공기의 결을 잡는 데에 더 집중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인물들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가보다, 말하기 전과 말한 후의 정적이 훨씬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점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감정을 말로 전달하지 않으려는 두 인물의 태도를 소리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특히 자영과 우리, 두 주인공이 대화를 나누지 않을 때 울리는 도시의 소음들. 커피포트가 끓는 소리, 지하철의 떨림,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할 때 나는 가벼운 클릭음. 그런 사소한 소리들이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에서 말보다 진실하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그 소리들이 연애를 시작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대신 말해준다고 느꼈습니다. 장면마다 기획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배경음은 최대한 절제된 톤으로 처리했습니다. 음악을 억지로 끼워 넣지 않았고, 감정을 과장하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대신 인물의 호흡, 주변의 공기, 대사의 여백에서 나오는 음향들을 강조하려 했습니다. 자영의 방에 울려 퍼지는 라디오 소리나, 우리가 퇴근길에 듣는 멀어진 방송의 잔향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런 소리들이 감정의 밀도를 더해줬다고 생각했습니다. 음향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침묵이었습니다. 둘이 싸우고 난 후의 침묵, 서로를 오해한 채 떨어져 있을 때의 공허함. 그 시간의 정적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는 단순히 소리를 지우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 안에 인물의 감정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낮은 주파수의 앰비언스를 사용하기도 했고, 일부러 익숙한 소리를 불편하게 배치한 적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말보다 숨소리, 소리보다 침묵이 더 중요한 이야기였습니다. 두 사람이 다가가는 시간은 조용했고, 멀어지는 순간은 더 조용했습니다. 그 조용한 시간 속에서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감정에 동화되었을 것이라 믿습니다. 저에게 "연애 빠진 로맨스"는 음향이 이야기의 무게를 짊어질 수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저는 한 편의 사랑 이야기를 소리로 완성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