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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중경삼림

    페이의 성장

    영화 "중경삼림"에서 나는 단순한 패스트푸드점 점원일 뿐이었지만, 나 스스로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내 일상은 반복적이었지만, 내 마음은 언제나 누군가를 향해 열려 있었고, 특히 그 남자, 663번 경찰을 향한 관심은 점점 깊어져 갔다. 그는 실연을 겪은 듯했지만 말이 없었고,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오히려 더 내 마음을 자극했다. 그가 혼자 밥을 먹고, 조용히 콜라를 사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그를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가게 되었고, 그의 공간을 조심스럽게 정리했다. 누군가는 내 행동을 이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를 도와주고 싶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착각을 할 정도로, 나는 그에게 빠져 있었다. 그의 집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 자신도 그와 함께 정리되고 있었고, 페이의 성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바라보는 "중경삼림"은 외로움 속에서 피어나는 작고 소중한 감정들의 이야기다. 세상에 말하지 못할 감정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를 몰래 바라보며 위로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나는 그 안에서 진심을 담아 한 사람을 응시했고, 그 감정은 결국 상대방에게도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울프의 내면성장과는 다르지만, 나 역시 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말없이 바라보는 시간 속에서, 사랑은 소리 없이 깊어지고 있었고, 나는 그 안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 있었다. 내 사랑은 조용했지만, 진심만은 확실했다.

     

    경찰 663과 소녀

    매일같이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범죄를 막고, 법을 지키는 일을 한다. 누군가에게는 당당하고 냉철한 경찰일지 모르지만, 나 역시 평범한 사람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실연의 상처에 무너지는 그런 감정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그녀가 떠난 후, 나는 달라졌다. 말이 줄었고, 집 안의 물건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비누가 마르고, 수건이 축축하듯이 내 마음도 건조하고 무거워졌다. 냉장고 속 생수도, 매일 먹는 셰프 샐러드도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난 모든 게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다시 돌아가야 할지 몰랐다. 내 일상은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나는 그 안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었다. 경찰 663과 소녀가 있었다. 늘 조용히 내 옆을 지나던 그녀가, 사실은 내 삶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는 몰래 내 집에 들어와 정리하고, 수건을 바꾸고, 물건을 새롭게 해놓았다. 처음엔 이상하고 낯설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정성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그녀는 내가 필요한 걸 알고 있었다. 내가 바라보는 "중경삼림"은 떠난 사람에 대한 미련보다는, 새로운 만남이 나를 어떻게 다시 삶으로 이끄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사랑은 큰 사건이 아닌, 아주 작은 관심과 반복 속에서 피어난다고 느꼈다. 패이는 내 삶에 스며들었고, 난 그녀 덕분에 다시 나를 정리할 수 있었다. 비록 모든 게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와의 새로운 시작은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보다 더 나아진 나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울프의 내면성장과 마찬가지로, 나도 실연을 겪으며 무너졌고, 누군가의 진심을 통해 회복되었다. 나는 이제 다시 웃을 수 있게 되었고, 누군가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었다.

     

    감독의 홍콩

    "중경삼림"이라는 영화를 연출하면서 나는 한 도시 안에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겪는 사랑과 고독의 감정을 시처럼 담아내고 싶었다. 감독의 홍콩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캐릭터의 감정과 시간의 흐름을 함께 안고 움직이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었다. 빠르게 변하고 쉴 새 없이 소음이 가득한 이 도시 속에서, 나는 사람들 사이의 조용하고 섬세한 감정을 포착하고 싶었다. 이 영화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있다. 첫 번째는 실연 후 하루하루를 숫자로 계산하며 살아가는 경찰 223번의 이야기다. 두 번째는 또 다른 경찰인 663번과 그를 바라보는 패이라는 소녀의 이야기다. 두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지 않지만, 같은 공간 속에서 존재한다. 이를 통해 나는 사람들이 서로 얼마나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모른 채 살아가는지, 또 우연한 마주침이 어떤 감정의 문을 열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카메라를 인물의 내면처럼 사용하고 싶었다. 흔들리는 롱테이크와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들, 그리고 정적인 클로즈업은 그들의 혼란, 고독, 기대와 같은 감정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였다. 이 영화에서 시간은 항상 흐르고 있지만, 주인공들의 감정은 멈춰 있거나 반복된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변화가 싹튼다. 특히 663번 경찰과 패이의 관계에서는 말보다는 행동이, 침묵 속에서 교차하는 감정이 더 중요했다. 그녀는 그에게 아무 말 없이 다가갔고, 그는 말없이 변화해갔다. 나는 이 조용한 교감을 통해, 사람의 진심은 말이 아닌 마음으로 전해진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중경삼림"은 내게 있어서 도시의 소음 속에 숨어 있는 조용한 이야기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그 작은 시작, 그리고 그 사랑이 사람을 어떻게 바꿔놓는지를 그렸다. 울프의 내면성장이 그랬듯이, 이 영화의 인물들도 모두 외로움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조금씩 변화해간다. 나는 그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며, 관객이 각자의 감정으로 이어 붙일 수 있는 시적인 여백을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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